프로는 민증을 까지 않는다
제일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0.04.27 05:13 조회 4357

김홍탁 프로 I 인터랙티브 제작그룹 CD
 
어른을 공경해야한다는 장유유서의 문화는 사리를 따져서 옳고 그름을 판단 해야 하는 이성적인 문제에도 감정적으로 개입해왔음이 사실이다.

어른이 내리는 판단은 다 옳고, 어른은 늘 바른 행동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같은 수직적 위계질서에 익숙해 있었다. 집안, 학교, 군대, 직장이 모두 그랬다.

일하는 방식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갑을의 관계는 거의 주인과 노예의 관계이다. 우리는 하청업체가 엄청난 성과를 내도록 쥐어짜서싼값에 질 좋은 서비스를 얻어내며 지금의 고도성장을 이루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갑인 A가 B 하청업체를 쪼면, B는 그 밑의 C 업체를 쪼는 구조로 신속하게 서비스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선진 대한민국이 있게 된 데는 이러한 수직구조의 견고한 명령하달 - 복종체계의 힘이 컸다고 본다.

서양의 선진국들이 100년을 훨씬 넘어서야 이룩했던 산업화를 우리는 단 몇 십 년 만에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휴전협정이 이루어진 것이 1953년, 불과 50여 년 전에 우리는 폐허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 디지털 시대로 돌입하면서 우리의 가치체계가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수평적 관계구조로의 편입을 요구받게 되자 여기저기서 마찰이 생기는것 같다.

‘ 청바지와 넥타이는 동등하다’란 명제가 머리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배게 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청바지가 넥타이와동등할 수 있다는 징표는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고등학생이 스마트 폰에활용될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휴대폰 제조사 사장님과 이동통신 서비스 사장님이 어플을 제공한 고등학생과 상생해야 하는 관계중심의 가치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훈장님은 천자문에 통달한 마스터이고,그 밑의 학동들은‘하늘천 따지’를 외우고 섬겨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류 최초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서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의 지식과 경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굿 올드 데이즈’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물론 우리의 수직적 가치체계가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평적 패러다임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에선 그 수직적 체계가 문제가될 수 있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대한항공의 성공 사례에 무려 한 장(章)을 할애하고 있다.

그 책에 의하면 괌에서의 추락 사고 이후 대한항공이 취한 조처는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기관사 사이에 영어를 쓰게 함으로써 상하관계의 경직됨을 없애고, 자신의 의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국어를 쓸 경우 경어를 통한 엄격한 상하관계가 존속하지만, 영어를 쓸 경우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좀 더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하게 됐다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 빠르게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조종실에서 모든 걸 기장의 권위에 맡겨 버리고 부기장과 기관사가 할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완곡한 표현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 예는 수직적 주종관계의 한국 문화를 수평적 관계 구조로 바꾸어서 문제해결에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수평관계의 또 다른 예는 내가 겪은 글로벌 업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스태프들과 일할 경험이 많았던 나는 그들이 전문가들끼리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많이 보아왔다.

한 예로 30대 후반의 감독은 60이 넘은 DOP(Direct of Photography)와 40대 후반의 조감독으로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는 자신 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들의 귀중한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를 안전하고 확실하게 완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대부분의 감독들이 나이든 DOP와 일하기를 꺼려한다. 손윗사람이기에 다루기 껄끄럽다고 느끼는 것이다. 광고회사도 마찬가지다.

젊은 CD들은 경험 많은 나이 든 감독 보다는 자기보다 어리거나 비슷하여 통제하기 쉬운 감독을 선택하려는 경향이짙다.

전문성보다는 나이를 통한 위계질서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제일기획에서는 전 직원의 호칭을 프로로 통일했다.

사원에서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 호칭을 프로로 통일함으로써 윈윈하는 수평적 질서의 관계망을 형성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것은 디지털 사회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덕목이자 우리네처럼 직종 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현실화해야하는 광고업계에서는 더더욱 필요로 하는 가치인 것이다.

우리가 그 호칭에 걸맞게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전문성을 흡수하려는 마음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프로다. 그 가치관에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초단위로 바뀌어 가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나이 ·  서열 ·  프로 ·  민증 ·  광고 ·  프로 ·  계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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